2024. 4. 23. 17:04ㆍ이슈
패스트 패션은 정말 저렴할까?
쉬인과 테무부터 촉발된 쓰레기 의류 (혹은 의류 쓰레기) 전쟁이 이제는 기존의 패스트 패션 업체인 자라와 h&m 등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에 환경 오염의 선구자이자 환경 운동의 조상인 유럽에서도 적극적인 규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패스트 패션이 우리 사회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 부터 이미 논의 되어 온 명제이며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이에 대한 반문의 여지는 없다.
다만 이제는 환경 문제 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기만하는 자라로 대표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사실 구찌보다 비싼 가격으로 책정되며 소비자의 재정 상태를 악화시킨다고 하는데?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이는 누구일까? 그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라는 사실 구찌보다 비싸다? By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패스트 패션은 환경만큼이나 당신의 지갑에도 해롭다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는 유럽에 위치한 중고거래 플랫폼으로써 우리나라의 번개장터로 볼 수 있다. 해당 업체를 포함해 유럽과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이 거래 되었던 브랜드는 나이키나, 루이비통 등이 아닌 놀랍게도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대표인 자라 ZARA 이다.
가격 만큼이나 접근성이 높고 다양한 디자인의 상품을 전개하기 때문에 사실 생각 해보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닌데, 이들은 작년부터 자신들의 주력 상품이었던 자라를 자사의 플랫폼에 업로드 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유는 역시나 환경, 뭐 그런 이야기들. 굳이 설명 하지 않아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실 거라고 본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데....
자라 (80,000원) VS 구찌 (1,310,000원) 무엇이 더 비쌀까?
베스티에르의 도발적인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자라의 8만원 짜리 로퍼, 구찌의 131만원 짜리 홀스빗 로퍼 무엇이 더 비쌀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구찌가 더 비싸다고 주장할 것이며, 어떠한 형이상학적이며 물리적인 관점을 넘어선 가치를 주장한다고 해도 이에 대해 반문을 내기란 쉽지 않다. 애초에 10배가 훨씬 넘는 가격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라의 8만원 짜리 로퍼는 구찌의 131만원 짜리 로퍼보다 비싸다."
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라의 가격표가 거짓 경제라고 주장을 한다. 저렴한 패스트 패션의 저품질 물건은 버려지고 반복되어 교체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류 보다 훨씬 더 비싸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친 다면 언뜻 그럴 듯 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굳이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패션의 실제 가치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계산법으로써, 착용당 비용지표 The cost-per-wear metric 를 소개한다.
간단하게 보면 다음과 같다. 앞 선 예시였던 자라의 로퍼는 일반적으로 6개월 이내에 버려지며 20번의 착용을 가정했을 때, 착용당 내가 지불하는 비용은 약 4,000원으로 계산된다.
반면에 구찌의 로퍼는 일반적으로 327.5번 착용되는 131만원 짜리 로퍼의 가격은 약 3,000원 이기에 자라의 그것보다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
그들의 문과식 감성 셈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만약 여러분이 가방을 산다면 자라와 구찌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여러분은 당연히 구찌를 사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계산법에 따르면, 자라의 가방은 6개월 이내에 버려지지만, 구찌의 가방은 여러분이 318번 들고 심지어 나중에 중고로 재판매 되기 때문에, 구찌 가방의 착용당 비용은 -70%, 즉 여러분이 구찌에서 100만원 짜리 가방을 산다면, 여러분은 70만원을 버는 셈이 된다. 이거 안사면 바본데?
난 이걸 보고 이들은 이 터무니 없는 주장을 어떻게 이렇게 당당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당연히 나를 포함한 이 글을 본 대부분의 분들도 마찬가지 겠지만 이것에 대한 반응은 좋지 않다.
다만 그들에겐 당위성이 있다.
그들에겐 환경과 재활용이라는 숭고한 시대정신이 있고, 이에 맞서는 모든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그들 뿐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공공의 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말에 동의할 순 없다. 자라 대신에 구찌를 사라고? 돈이 없으면 중고를 사면 된다고?
정말 말 같지 않은 소리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논리에는 결점이 존재한다. 자라에겐 6개월의 유통기한이 존재하나? 구찌는 3년 이상 입을 만큼 더 진보된 공정을 거치나? 아쉽지만 둘 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구찌가 비싼 이유는 더 좋은 공정을 거쳐서 (물론 자라보다는 더 좋은 환경일 것이지만) 생산되서가 아닌 브랜드 가치이며 자라는 저가 브랜드이기 때문에 저렴하게 팔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에 만약 그들의 계산법에 따라 자라를 318번 착용한다면 대략 착용당 비용은 10원대로 그들의 계산법에 따라서도 구찌와의 가격 격차는 커졌으면 커졌지 줄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뭘 사라고?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마냥 무시할 수 만은 없는 당위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구찌를 사야 할까? 중고장터를 이용해야 할까? 자라를 사지 말아야 할까?
무엇을 사시건 상관은 없다. 환경에 관한 대부분의 리포트가 의류 쓰레기 몇만톤을 호도하며 치사하게도 소비자에게 환경 책임을 전가하지만, 이것은 여러분의 책임이 아닌 기업의 책임이며 환경 오염 또한 의류 쓰레기의 문제는 일부 일 뿐, 다른 문제들이 훨씬 더 크고 심각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자라에서 원피스를 산다고 해서 지구의 수명이 줄어든다거나,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서 구찌의 로퍼를 새활용 한다고 해서 지구의 수명이 늘어나는 기적은 이 세상에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계산법에 따라 기존 20번 남짓 착용되던 자라의 원피스를 318번 입으신다면, 여러분의 재정 수명은 늘어날지도 모른다. 어쩌면, 중고장터에서 괜찮은 매물을 발견한다면 그들의 말마따나 돈을 벌 지도 모르는 일이다 (확신할 순 없다).
나쁜 소비가 있다면 당연히 좋은 소비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중고 매물을 기웃거리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당연히 구찌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바뀌는 계절과 함께 새로운 쇼핑들이 우리를 위협 (??) 하고 있다.
우리의 지갑을 위해, 이런 바보같은 소리에도 휘둘리지 않는 가치관을 위해, 그리고 어쩌면 미래의 지구를 위해서라도 쇼핑전에 자신의 소비습관을 다시 한번 돌아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시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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