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끝났다, 발렌시아가 최초의 로고가 없는 새로운 컬렉션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와의 인터뷰

2023. 3. 6. 12:26이슈

 

 

변화를 예고한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컬렉션

 

 

수 많은 논란과 함께 탑 브랜드에서 그대로 추락하던 발렌시아가가 자신의 본질로 돌아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쿠튀르의 유산을 따라 엔터테이먼트가 아닌 옷과 디자인에 집중한다고 선언하였다.

 

 

독특한 유머감각이 더 해진 엔터테이먼트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오며, 럭셔리의 새로운 공식을 제시했던 발렌시아가였기에 매니아들은 볼멘 우려의 소리를 내었으나, 어쨌건 논란을 통해 (실제로) 불타고 있는 발렌시아가에게 다른 선택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대로 망하거나 아니면 살아남거나. 과연 발렌시아가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쇼는 끝났다, 발렌시아가 최초의 로고가 없는 새로운 컬렉션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와의 인터뷰

 

 

이 곳에 더 이상 쇼는 없다

 

 

언제나 파리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세션은 단연 발렌시아가였다. 화려한 셀러브리티, 감각적인 디자인 길거리, 스트릿 클럽, 바, 은행, 진흙탕 등 일반적이지 않은 장소에서 펼쳐지는 쇼와 상반되는 우아한 음악, 그리고 신경질적인 모델들의 워킹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발렌시아가에 광적으로 열광했고 모든 브랜드는 발렌시아가를 따랐으며, 그렇게 발렌시아가는 룰 그 자체가 되어 말 그대로 전 세계의 모든 패션을 지배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로 발렌시아가의 왕국은 말 그대로 완전히, 빠르게, 몰락해 버렸고 이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홀로 남겨진 발렌시아가는 더 이상의 소동을 원하지 않았다. 

 

발렌시아가 23FW 노트, by Demna



 
제가 여섯살이었을 때, 저희 부모님은 바지를 만들기 위해 이웃 재단사에게 저를 보내셨습니다. 저는 천 가게에서 직접 천을 선택하고, 디자인하며 피팅을 하기위해 그들을 찾아 갔었으며, 이것이 옷과 저의 인연의 시작이 되어 내가 디자이너가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패션은 단지 옷은 단순한 의복이 아닌 일종의 엔터테이먼트지만, 디자인을 하는 방식과 모양과 부피, 실루엣, 천과 천을 이은 옷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몇 달간 저에겐 많은 일이 일었지만 옷을 만드는 과정은 저에게 안식처가 되었고, 저를 비추고 표현하는 패션의 놀라운 힘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저에게 패션은 더 이상 오락이 아닌, 옷을 만드는 예술입니다.

 

 

발렌시아가는 선언했다.

 

이 곳에 더 이상 쇼는 없다.

 

귀를 긁어대는 신경질적인 음악, 독특하다 못해 파격적이었던 로케이션, 짖궃거나 혹은 험악했던 모델의 메이크업과 워킹, 빈티지하다 못해 다 찢어져 형체가 없던 옷과 청바지, 타이어를 덧댄 스니커즈.

 

여러분이 기대할 발렌시아가의 모든 것들은 이 곳에서 발렌시아가 스스로에 의해 거세되었다. 그럼에도 여러분이 아직까지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컬렉션을 기대하신다면 아래를 통해 뎀나의 인터뷰와 함께 몇 가지 룩을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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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 23FW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컬렉션에는 총 54개의 룩이 공개되었다. 전체적으로 모든 룩에서 발렌시아가에서 산발적으로 차용해오던 각양각색의 로고는 모두 의도적으로 제거되었지만 테일러드 재킷부터 톱, 드레스, 데님, 트랙수트까지 공개된 품목 자체는 그 동안의 발렌시아가의 바리에이션에선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그 동안의 발렌시아가의 바리에이션에서 크게 변하진 않았지만, 독특한 디테일이 최소한으로 들어간 우아한 착장들이 첫 번째로 등장했다

 
 
퍼스트룩은 더블 브레스트 수트, 어깨부터 소매까지 발렌시아가의 시그니처인 과장된 오버 사이즈 핏에 밑단은 허리 벨트 밴드 디테일을 넣어 마무리 되었으며, 이번 컬렉션의 전반적인 특징으로 팬츠와 앞면 혹은 옆에 같은 천을 덧대어 (발렌시아가 오피셜 명칭: Double front, Double side)걸을 때 하늘하늘 날리는 디테일을 더 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냈다. 고급스럽고 단정한 느낌에 오버하지 않는 위트를 더한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시작은 상큼했다.
 
 
수트보다 조금 더 캐주얼한 의류들, 하지만 디자인이나 가격이나 당연히 캐주얼하지만은 않다.
 
 

이어지는 룩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에서 부터 이어지는 앞면이 뜨고 뒷기장이 내려오는 넥이 깊게 패인 원피스를 레깅스와 체인숄더로 장식된 트렌디한 오버사이즈 백으로 매칭하여 당장 나가도 이질감이 없을법한 발렌시아가에서 추구하는 모던한 도시 여성의 여성상을 보여주었으며, 어깨 라인이 한없이 내려오는 바이커 자켓과 데님, 그리고 마찬가지로 앞면을 덧대어 이건 거의 치마에 가까운 데님 팬츠 또한 눈에 띄었다.

 
 

발렌시아가 '맛'의 결정체 트렌치 코트, 플리츠, 트랙수트 또한 시즌 테마에 맞춰 변용되었다

 

 

매번 발렌시아가의 컬렉션에서 변용되는 트렌치 코트는 시즌 테마에 맞춰 바지와 마찬가지로 앞기장을 늘어뜨려 우아하게 날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마찬가지로 매번 등장하는 플리츠 드레스는 한쪽 어깨에 포인트를 주었으며, 트랙셋업 바지 앞면에 천을 덧대어 전반적인 룩을 통일하였다.

 

 

어그로 안끈다매 해명해라
 
 
분명히 발렌시아가의 더 이상의 엔터테이먼트는 없을거라 단언했던 뎀나였지만, 자신의 끓어오르는 유머 감각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인지 어깨가 심각하게 강조된 퍼퍼 후디와 아워글래서 재킷과 탑 등이 이어졌고, 나름대로 매니아들 사이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바이커 부츠가 등장하며 컬렉션의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발렌시아가의 공장에선 기계 대신 사람이 돌아가는지 크리스탈 드레스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은 이것을 정말 공장에서 만들어 기성품으로 팔건지 심각하게 의심되는 크리스탈과 비즈로 무겁게 장식된 이브닝 드레스로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컬렉션은 마무리 되었다.

 

 
발렌시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던걸까

 

 

많은 이들은 아마 이를 보고 근본, 혹은 본질로 돌아간 발렌시아가의 결단에 극찬을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 생각에는 글쎄,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모든 디자인은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아닌 이미 뎀나의 발렌시아가를 통해 공개되었던 디자인들이다. 크롭한 탑, 퍼퍼 재킷, 과장된 아우터, 플리츠 드레스, 스페이스 부츠까지 그들은 자신들이 발렌시아가의 본질로 돌아간다고 예고하였으나 그들이 돌아간 곳은 1950년대의 파리가 아닌 2016년도의 발렌시아가의 답습이었다. 

 

물론 이들의 이러한 보수적인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발렌시아가에게 더 이상의 파격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들은 이미 기울어졌고, 더 이상의 소란은 결코 발렌시아가 자신에게 절대로 득이 될 수가 없었을 것이기에, 그들은 결국 자신을 답습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기성복에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유산을 따른 다는 것 부터 이미 넌센스이기도하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라는 디자이너는 물론 역사에 남아 영원히 기억 될 쿠튀르 이지만 결국엔 망했다. 그의 타협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쿠튀르 정신은 결국 공장에서 기성복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부합하지 않았고, 발렌시아가라는 하우스는 1970년대에 이미 한 차례 망해 우리가 보고 있는 발렌시아가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설립한 발렌시아가가 아닌 예토전생한 기성복의 발렌시아가이다.

 

그들이 보여준 이번 컬렉션이 기성복 (RTW)이 아닌 쿠튀르 였다면 앞 뒤가 맞는다. 자신들을 답습하건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유산을 따르건 이것이 그들이 돈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스프릿을 보여주기 위한 쇼였다면 이해를 했을 것이다. 근데 이게 기성복이라고? 발렌시아가가 생각하는 여러분의 한 겨울 출근길이 정말로 화려한 크리스탈로 장식된 천만원은 될법한 드레스를 입거나, 어깨에 패드를 댄 쫄티와 쫄바지를 입고 지하철을 걷는 것이라면 발렌시아가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고쳐 먹으시는게 좋아 보인다.

 

이것과 전반적인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방향에 대한 백스테이지에서 진행된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즈바살리아의 인터뷰를 들어보도록 하자.

 

 

오프더 쇼 발렌시아가 백스테이지: 뎀나와의 인터뷰

 

 

Q: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발렌시아가의 컬렉션이 드디어 마무리 되었다. 감회는?

 

DEMNA: 이번 컬렉션에서 발렌시아가와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크리에이터로써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Q: 발렌시아가는 본질로 돌아간다고 선언하였으나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퍼퍼 자켓이나, 그동안 발렌시아가의 컬렉션에서 대부분 등장했던 디자인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것에 대해 설명한다면?

 

DEMNA: 독특한 디자인의 의류들은 발렌시아가를 사랑하고 유행에 앞장서려는 일부 고객들을 위해 준비되었으며,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퍼프를 통해 공기를 빼내면 평범한 자켓으로도 착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디자인들은 본질적으로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아워글래스 등의 몇 가지 디자인은 발렌시아가가 추구하는 방향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하였으며, 재킷, 티셔츠 등 다양한 품목에 이를 결합하여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Q: 디자인은 그동안의 발렌시아가와 비슷했지만, 이번 시즌 가장 큰 변화라면 로고가 전부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DENMA: 이번 컬렉션은 로고가 없는 발렌시아가의 최초의 컬렉션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디어를 순수하게 디자인으로써 보여주고자 하였고, 그러기위해 로고를 지워냈습니다.

 

Q: 최근 발렌시아가의 논란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순 없다. 그 사건은 발렌시아가의 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DEMNA: 먼저 얘기할 것은, 이번 컬렉션은 논란 이전부터 기획되고 있던 컬렉션이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논란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사건은 우리가 컬렉션에서 엔터테이먼트를 제거하고 본질적인 의류를 선보이는 것이 옳다는 방향성을 우리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었습니다.

 

Q: 이번 시즌 초대장에 패션은 엔터테이먼트가 아닌 옷을 만드는 예술이라고 이야기하였다. 그것에 대해 설명한다면?

 

DEMNA: 발렌시아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세트의 설정, 쇼, 효과와 음악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준비해왔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설원을 배경으로 한 22FW 컬렉션부터 사람들의 우리의 옷 보다는 세트와 퍼포먼스에만 주목하는 것 같아 아쉽고 답답한 마음이 크게 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의 디자인에만 초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고 이번 시즌 컬렉션은 그것을 위해 의도적으로 많은 부분이 제거되었습니다.

 

Q: 다음 컬렉션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이어갈 예정인지?

 

DEMNA: 네. 발렌시아가는 앞으로도 디자인만으로 주목받기를 원합니다.

 

Q: 이번 컬렉션은 기성복 RTW 임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탈로 장식된 이브닝 드레스 등 다양한 쿠튀르적인 의상들이 등장했다. 이걸 정말로 기성복으로 만들어 팔 것인지?

 

DEMNA: 쿠튀르는 쿠튀르고, 기성복은 기성복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디자인과 발렌시아가의 현대적인 여성상을 투영하기 위해 클래식한 이브닝 드레스 (크리스탈이 부착된)를 선보였기 때문에 아마도 관객분들이 쿠튀르와 기성복을 혼동하시는 것 같지만, 이건 쿠튀르 방식이 아닌 산업화 가능한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품목입니다. 다만, 앞으로의 발렌시아가는 기성복 시장에서 기존의 기성복보다는 조금 더 하이엔드의 틈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전문 등 컬렉션을 소개한 하입비스트 원문

 

With Balenciaga Winter 2023, Demna Said "Fashion Can No Longer Be Seen as Entertainment"

Instead, he explored the "art of making clothes," wanting to "show all the facets of who I am as a designer."

hypebeast.com

 

 

발렌시아가는 사람들의 바람대로 망했을까?

 

 

많은 지구촌의 대중들은 아동학대 논란의 타락한 발렌시아가의 몰락을 기대하였다. 그래서 발렌시아가는 망했을까? 

 

아니? 아쉽게도 그들의 바램대로 발렌시아가가 쉽게 무너지진 않았다.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컬렉션은 그들이 계속해서 보여주었던 그들이 잘하는 고급스러운 의류들을 그들만의 기술로 다시 한번 선보였다.

 

질문을 바꿔볼까. 그럼 발렌시아가는 망하게 될까?

 

장담하긴 어렵지만 만약 계속해서 대중들에게 이런 전위적인 디자인만으로 발렌시아가가 승부를 보길 원한다면, 조용히 침몰하고 있는 발렌시아가를 구제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뭐 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그 수많은 논란들 속에서도 발렌시아가의 150만원짜리 신상 스니커즈는 계속해서 매진되고 있고, 발렌시아가가 다시 한번 장난기가 발동해 슬그머니 틱톡으로 돌아가 괴상한 영상을 올리는 것도 지 마음이긴 하다.

 

어쨌건, 이제 한 챕터가 마무리 되었을 뿐이다. 앞으로도 함께 계속해서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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