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4. 17:07ㆍ이슈
재정상의 문제로 브랜드의 매각을 준비하던 톰 포드
이전 글을 통해 말씀드렸던 것처럼 톰 포드는 재정상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바, 브랜드의 매각절차를 밟으며 유력한 후보자로 에스티 로더와 케링이 꼽혔다. 이에 월스트리트 저널은 케링이 이미 톰 포드의 인수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단독보도를 내었으나 결국엔 에스티 로더가 톰 포드를 인수하게 되었다 (WSJ은 꼬롬하게도 케링이 인수를 실패했다는 뉘앙스의 제목으로 이번 소식을 전하였다).
https://imnottroll.tistory.com/37
톰 포드 (Tom Ford)의 새 주인 에스티 로더 (Estee Lauder), 28억 달러에 '톰 포드'를 인수
디자이너, 영화감독, 컬렉터인 톰 포드의 또 다른 이름, '억만장자'
이번 인수 소식을 전한 뉴욕타임즈는, 디자이너이자 영화감독으로도 성공한 그에게 이제 억만장자라는 타이틀을 추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였다. 총 규모는 28억 달러. 한화로 약 3조원 가량이 되시겠으며 올 들어 럭셔리 업계의 최대규모라고 한다. 톰 포드는 이번 인수에 대하여 "이 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Could not be happier)." 는 감회를 밝히기도 하였다 (통장에 3조가 꽂혔는데 행복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이번 계약은 당연히도! 톰 포드의 향수, 화장품, 스킨 케어를 포함하여 에스티 로더가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왔던 톰 포드 뷰티 주도의 계약이었으며, 에스티 로더의 고급 뷰티 라인인 라메르, 바비 브라운, 클리니크 외에도 톰 포드가 추가되며 에스티 로더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뷰티 라인업을 완성하게 되었다. 에스티 로더의 CEO 파브리지오 프레다 (Fabrizio Freda)는 톰 포드 뷰티가 만들어 낸 럭셔리 향수와 메이크업 라인은 '전 세계인의 안목을 높였다'는 평을 하였으며, 이번 거래에 장기적으로 에스티 로더의 럭셔리 라인업에도 긍정적인 미칠 것이라 전하였다. 조 단위 규모의 이번 거래에 23억 달러는 현금으로 박혔으며 (?!), 나머지는 부채와 후불을 통해 조달될 것이라고 하였다.
에스티 로더는 어째서 럭셔리 의류 브랜드를 인수한걸까?
에스티 로더의 이번 인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에스티 로더의 전체적인 매출 감소로 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펜더믹 이후 가장 큰 프리미엄 뷰티 시장인 중국에서의 매출 감소 등으로 인해 올들어 에스티 로더의 주가는 40% 떡락하였으나, 팬더믹 이후 사치품의 소비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프리미엄 향수 등의 매출이 증가하게 되었고, 최근 여기서 타개점을 찾은 에스티 로더는 톰 포드 외에도 프레드릭 말, 킬리안, 르라보 등의 프리미엄 향수 라인업을 말 그대로 '게걸스럽게' 인수하고 있다.
뷰티 브랜드가 인수한 톰 포드의 럭셔리 의류의 향방은?
뷰티 브랜드가 패션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뮈글러 (Mugler), 로샤스 (Rochas) 등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프리미엄 뷰티라인의 강점으로 클라린스나 포터&겜블과 같은 뷰티 회사에 인수되었으나, 역시나 어쩔수 없이 뷰티 라인을 위한 인수였던 만큼 의류 산업의 부진으로 인해 덩달어 뷰티 라인마저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되곤 하였다.
이것에 대해, 톰 포드의 의류 라인업은 현재까지 톰 포드의 의류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있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Ermenegildo Zagna)와의 라이센스 계약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2006년 부터 톰 포드의 의류를 생산·유통하고 있으며, 이번 에스티 로더의 인수로 인해 톰 포드의 남성복과 여성복 외에도 액세서리와 쥬얼리, 키즈 등의 라이센스를 추가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2018년 자신들이 인수하였던 톰 브라운 외에도 톰 포드가 자사의 라이센스로 확보되며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며, 톰 포드는 이번 인수에 에르메네질도 제냐와의 라이센스 계약이 유지되는 것에 대해서도 제냐 그룹에 대한 감사인사를 밝히기도 하였다.
톰 포드 없는 톰 포드?
현재 61세인 톰 포드는 23년 말까지 브랜드에 남을 것이라 밝혔으나 이후의 행방에 대해서는 별 다른 맨션이 없는 바, 뷰티가 아닌 '패션의 전설' 톰 포드로 남아주길 바라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현재, 루이비통 그룹과 톰 포드의 고향인 구찌를 소유한 케링에서도 경쟁적으로 그에게 끝 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나 이것에 대한 톰 포드의 의견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쩌면 그가 이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의견 또한 들리고 있다.
톰 포드는 구찌와 생로랑 부터 시작하여 끊임없이 트렌드를 만들어왔다. 비록 지금의 톰 포드는 그의 전성기 시절 만큼의 패션계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언제나 연말이 되면 셀러브리티들은 섹시한 톰 포드의 수트를 입고 나타날 만큼 그는 단순히 트렌드를 넘어선 트렌디한 클래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이미 자사의 프리미엄 향수와 뷰티 라인을 확보하고 있는 바, 어쩌면 톰 포드의 뷰티 그룹에 인수, 또한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 또한 적지 않다.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쨌건 내년까지 톰 포드에 계약 되어있는 톰 포드씨인만큼, 아마 내년 중순에는 그 이후의 계획에 대해 밝히지 않으실까 싶다.
어쨌건, 불황의 시기에 현금으로 억만장자가 되신 톰 포드 할아버지를 축하하며 이번 글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