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3. 22:34ㆍ이슈
발렌시아가의 '또', '다시' 새로운 컬렉션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컬렉션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예측할 수 없는 로케이션, 모델과 디자인, 히스테릭한 음악, 그리고 언제나 그 모든 것을 뒤엎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의 말과 말들.
논란과 함께 발렌시아가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예고하며 세련된 맵시로 등장했던 지난 발렌시아가의 23 겨울 컬렉션.
겨울 컬렉션 이후 뎀나는 인터뷰에서,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진화' 는 더 이상 로고도 재미도 아닌 옷을 만드는 본질에 있을 것이라 약속했다.
하지만?
당연히도 모든 약속들이 그렇듯,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단 한 시즌만에 다시 뒤집었다.
심지어 그는 이번 컬렉션 이후의 인터뷰에서, 그가 반전을 약속했던 발렌시아가의 지난 겨울 컬렉션이 정말 싫었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는데....
이제 막 발매를 시작한 자신의 지난 겨울 컬렉션을 스스로 '싫었다' 고 표현할 만큼. 그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장사 안하니?
당췌 알 수없는 뎀나의 마음을 몇 가지 이야기를 통해 헤아려 보도록 하자.
*아래 인터뷰는 컬렉션 이후의 몇 가지 보도 자료와 인터뷰의 파편을 본인의 알량한 기억을 바탕으로 멋대로 각색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과 다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
이번 컬렉션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Demna: 이번 컬렉션은 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컬렉션으로써, 저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모은 제가 패션에 대해 사랑하는 모든 것을 기념하는 컬렉션입니다.
Q. 이번 컬렉션에서는 모델뿐만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런웨이에 등장했다.
쇼는 저와 저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정체성을 반영하였습니다. 제 이야기의 시작인 어머니부터 저의 커리어를 빚어준 스승들 (앤트워프 시절) 과 (패션) 평론가들, 그리고 bfrd (비프렌드: 로익 고메즈, 뎀나의 남편) 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부터 세트, 음악까지 모두 저의 개인적이고 커리어에 있어서 의미있는 것들로 완성되었습니다.
패션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니라고 선언하였는데?
Q. 지난 겨울 컬렉션에 발렌시아가는 더 이상 엔터테이먼트가 아닌 옷에 집중한다고 선언하며 세련된 디자인들을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은 지난 겨울 컬렉션과는 다소 다른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솔직하게 말하면, 지난 겨울 컬렉션은 세련되었고 좋은 쇼였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싫었어요 (I look back at it, and I really hated it.).
전 세상이 완벽하다는걸 믿지 않아요. 패션에서 또한 마찬가지죠. 지난 겨울 컬렉션은 세련되고 반짝이고 완벽했죠. 하지만 여러 면에서 이질적이기도 했어요. 저는 반짝이는걸 좋아하지 않아요. 내 스타일은 조금 더 거칠죠. 그리고 그것이 저와 발렌시아가의 미학입니다.
뎀나주의 Demna-isms 으로 돌아온 발렌시아가
Q. 어쨌건 많은 일을 겪고 발렌시아가와 뎀나 본인은 자신만의 색깔을 다시 찾은 것 같다. 이에 대한 감회는?
패션은 뭘까요? 솔직하게 말하면, 전 명품에 관심 없습니다.
전 사람들에게 발렌시아가를 입음으로써 부자나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도록 하길 원하지 않아요. 그게 명품의 (하향식) 방식이죠 (명품을 입음으로써 명품으로 보여지려는). 오히려 전 사람들이 발렌시아가를 입음으로써 자기 자신이 되길 원해요. 말하자면 상향식이죠 (발렌시아가-명품이 주체가 아닌 입는 본인이 주체라는 관념). 물론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된 적도 있었죠 (빈티지 스니커즈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아이템들을 명품으로 둔갑시켜 팔고 있다는 오해).
하지만 무엇보다 패션은 재밌어야 하잖아요 (웃음).
물론, 유머러스한 디자인이라고 해서 그것이 그렇게 간단할 것이라는건 오해입니다. 이번 컬렉션의 많은 디자인들은 여러개의 업사이클 의류를 엮어서 만들어졌습니다. 소매가 네 개인 봄버와 여러겹을 겹친 배쓰 로브 등은 기계로 만드는 기본 유형의 디자인을 엮는 수작업을 거쳐 완성되었죠.
이러한 노력들은 컬렉션의 음악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나래이션은 프랑스의 여배우이자 발렌시아가의 엠버서더인 이자벨 위페르가 분했는데, 그녀는 복잡한 자켓의 작업 지시서를 낭송하였고, 점점 리듬이 빨라짐에 따라 히스테릭 할 정도로 빠르게 읽어내야만 했죠.
이것이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발렌시아가의 '유머러스한' 디자인들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이것을 발렌시아가가 어그로를 끌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생각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웃긴' 디자인이 아닌 발렌시아가의 창의성과 기술의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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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에 정면에 도전한 발렌시아가, 이후는?
아동학대 논란으로 인해 논란이 있을 법한 모든 디자인적인 요소와 스스로 자아를 제거했던 발렌시아가는, 프라다로부터 시작된 조용한 럭셔리라는 트렌드에 편승하여 지난 컬렉션을 진행하였었다. 하지만 영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것을 머지 않아 깨닫게 된 발렌시아가는, 다시 한번 어둡고 거친 자신만의 색깔로 돌아와 컬렉션을 선보였다.
어쩌면 이것은 발렌시아가로 인해 새롭게 점화 될 패션의 전환점이 될까, 아니면 트렌드에 도전한 발렌시아가의 객기로 흐지부지되게 될까?
어쨌건 재밌는 컬렉션이었다. 특히, 디자인을 떠나 어머니로 시작해 반려자로 끝난 쇼는,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여운을 남기는, 디자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 발렌시아가 24 여름
* 발렌시아가 24 여름, 새로운 카고 스니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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