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5. 14:32ㆍ이슈
올 2분기, 그리고 (아마도) 올해의 주인공은 로에베 LOEWE
7월의 마지막을 가장 뜨겁게 불태우고 있는 패션 소식은 놀랍게도 다음 봄을 위한 패션위크도, 바캉스를 위한 레저웨어도 아닌 단연 이 시대 최고의 브랜드중 하나인 프라다를 꺾어낸 로에베의 돌발 기행이었다.
한번쯤은 들어 봤을수도, 어쩌면 관심이 있으실수도 사실, 패션에 관심에 없다면 백화점을 보고 지나쳤을 법한 이 로에베라는 알 수 없는 브랜드는 당췌 무슨 수작으로 프라다를 몰아내고 가장 인기있는 명품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
로에베는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가 되었을까?
로에베에 대하여
매 분기마다 검색량, 판매량, SNS 노출량 등의 다양한 변수를 정량적으로 평가하여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를 알아보는 리스트 인덱스에 새로운 왕이 등장하였다. 라프 시몬스의 합류 이후, 근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장기집권을 하던 프라다가 왕좌에서 끌어내린 그 주인공은 로에베.
한번쯤은 들어보셨을지도, 모르셔도 (지금까진) 무방했던 이 브랜드는 처음부터 그렇게 인기있는 브랜드는 아니었다.
*로에베가 소개하는 로에베
19세기에 설립되어 현존하는 브랜드들 중 가장 오래된 브랜드에 꼽히는 로에베는 스페인에서 독일인 로에베 (독일어다. 로-웨-베이, lo-weh-vay) 씨에 의해 설립되어, 20세기 초반에 스페인 왕실에 가죽 제품을 공급하며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이후 96년도 LVMH에 인수되어 세상에 다시 한번 알려지게 된다.
본적지인 스페인과 일본 등 한정적인 세일즈로 알음알음 알려지던 브랜드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13년 LVMH 프라이즈 (루이비통 패션 그랑프리) 로 이름을 알린 신인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이후였다.
시대에서 많이 빗나간 가죽공예와 장인정신을 주창하던 브랜드는, 조나단 앤더슨이 합류한 이후 히피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여유로운 실루엣과 실용적인 디자인들로 반짝 주목을 받았으나
가죽 공예와-유틸리티 디자은 이미 이 세대에선 넘을 수 없는 에르메스라는 벽이 존재하였고,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실용성과 조나단 앤더슨의 과도하게 도전적인 예술가 정신은 브랜드를 단기간 내에 고꾸라뜨리기 충분했다.
사실 여기까지는 어느 브랜드에나 적용될 수 있는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로에베의 미래가 될 수도 있고).
과감한 신예 디자이너를 기용하여 이슈 몰이를 하지만, 경험칙이 많지 않은 이들은 금새 바닥이 보이며 다시 한번 수렁에 빠지게 되고, 또 다시 신예 디자이너를 기용하고... 이것이 끝 없이 반복되는 사례는 우리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보아왔다.
하여 로에베는 어쩌면 예술적이고,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아름다운 브랜드일지도 모르겠으나, 모든 공예나 예술품이 그렇듯 쉬이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예술품에 그쳐, 그저 옷이나 가방을 찾으러 온 사람들을 당황케하며 그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는데...
로에베의 탁월한 도슨트 Docent 들
하여 로에베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로에베의 아름답고 예술적인 여정은 여기서 막을 내리는 것일까? 조금 더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을 만들어야 하는걸까?
사실 진짜 그들이 그런 고민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어쨌건, 그들은 적어도 자신들의 예술을 타협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공예품을 친절하게 소개해주는 것.
그럴 사람들이 필요했다. 해설자, 도슨트, 우리에게 조금 더 자주 쓰이는 용어로는 앰버서더가 있겠고, 쉽게 천박하게 표현하자면 바이럴 마케팅이겠다.
관람객이 가득찬 무대는 이미 정해져 있다. 발렌시아가가 열심히 길을 닦아 놓은 그리고 그대로 폭망하게 만들었던 틱톡, 인스타그램, 트위터.
해설자는? 그것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순위가 검색만 하면 나오는걸? 로에베가 호날두를 모델로 쓰진 않을테니
1위부터 20위까지 여성들에게 쭉 DM을 돌리면 그만인 것이다.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물론 그녀들에게 광고를 맡길 돈만 있다면.
하지만, 이들은 A4 용지만한 가죽가방을 500만원에 파는 파렴치한 이들이었으니, 이는 말 그대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우연한 로에베의 흥행과 로에베의 '덜' 입은 그녀들
그리고 우연히, 로에베는 그렇게 사람들의 눈에 띄이게 된다.
물론 모든 처음이 다 그렇지만, 당연하지만 안 좋은 쪽이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유명 연예인들에게 협찬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렇게 별 생각없이 켄달 제너에게 전해졌던 로에베의 푸퍼 자켓은 그 독특한 디자인 형태에 ball sack (불x) 자켓이라는 되먹지 못한 아명으로 불리우며, 돌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게 되었고
당시에는 다소 보기도 (?) 부르기도 (???) 민망한 디자인으로 대단히 많은 비아냥을 듣기도 하였지만, 그 만큼 화제가 됨으로써 유명 배우와 셀러브리티들이 이 값비싼 쓰레기 봉투를 입는 것에 동참하며, #loewepufferjacket, #loeweballsackjacket 해쉬태그가 약 4억 7만뷰를 기록하는 등의 대단한 인기를 끌며, 다소 침체되고 있던 로에베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이에 틱톡뽕을 제대로 맛 본 로에베는, 그 맛을 잊을 수 없었던 나머지 조금 더 적극적이고, 자극적인 형태로 연예인 마케팅을 시작하게 된다.
그 첫 주자는 리 한나. 무엇을 입건 화제가 되는 그녀에게 로에베는 빨간색 가죽 코르셋을 더한 점프 수트를 선물했고, 당연히도 옷 위에 올려져 있는 이 새빨간 속옷 디자인은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카일리 제너에게 보내졌던 아나그램 탱크탑과 스타킹은 미우미우와 프라다의 탱크탑에 대적하게 되었고, 기어코 탱크탑 논쟁을 종결시키며 로에베를 왕좌로 인도하는 것에 가장 큰 기여를 하게 된다.
로에베의 흥행, 계속될까?
이들의 디자인은 인터넷상에서 비주얼적으로는 쉽게 퍼져 나갈만한 자극적인 이미지지만, 이것을 평범한 우리가 소비한다는 것은 글쎄,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것은 좋고 나쁘고,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셀러브리티들을 줄줄이 앞세워 단기간의 성공을 거둔 로에베의 흥행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사실상 의문이기는 하다.
다만, 어찌되었건 십 여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흥망 (??) 성 (???)쇠 (????) 를 겪으며, 단단해진 조나단 앤더슨이 버티고 있는 한 로에베에게는 언제나 판세를 뒤집을 만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 이번 기회를 통해 검증되었기 때문에, 아마도 어쩌면 로에베가 우리 세대의 클래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건, 재미있는 브랜드이다.
*70%에 최대 30% 추가 세일을 진행중인 마이테레사-로에베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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