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1. 13:44ㆍ이슈
(만년) 슈퍼 루키의 새로운 도전
기대받는 유망 디자이너이자 언제나 기대만 받고 있는 피터 도가 마찬가지로 오랜 부진을 겪고 있는 헬무트 랭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되었다.
그들의 조화는 과연 오랜 부진을 떨쳐내며 패션계의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수 있을까?
피터 도 Peter Do 가 헬무트 랭 Helmut Lang 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름을 올렸다
헬무트 랭의 몰락
헬무트 랭의 부진에 대해선 각자의 관점마다 다를 것이나, 확실한 점은 이제 헬무트 랭이라는 브랜드는 대중에게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브랜드라는 점일 것이다. 미니멀리즘과 워크웨어의 기준이 되었던 헬무트 랭은 어쩌다가 70% 세일을 후려쳐도 나가지 않는 브랜드가 되었을까?
헬무트 랭의 그 시작과 부흥은 널리 알려진 그의 이름처럼 그렇게 화려하진 않았다.
언제나 반짝이고 우아한 패션이라는 세계와 정반대되는 헬무트 랭이 만드는 일상적인 모노톤의 의상들은 그때까지 호화롭기만하였던 패션이라는 세계에 역설적인 반향을 일으키게 되었고, 이에 헬무트 랭은 현재까지 통용되는 미니멀리즘이라는 패션의 새로운 기류를 제시하며 지금의 명성을 이룩하게 된다.
헬무트 랭의 논리는 간단하다.
지금까지의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화려한 의상들을 쇼피스로 선보였지만, 정작 대다수의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내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쉽게 말해 무난한 의상들이었고 헬무트 랭은 이를 어필하며 일상의 확장이라는 쉽고 독특한 테마로 패션을 잠식하게 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미니멀리즘이라는 기조는 한계가 존재한다. 언제나 시대에 맞는 변화를 맞이해야하는 패션 브랜드가 단순히 테일러링과 청바지만으로 자신만을 어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여, 헬무트 랭은 변화를 꾀한다.
일상에서의 확장이라는 헬무트 랭의 거대한 테마는 유지되었으나, 사실 일상이라는 말 자체가 말장난에 불과하기에 일상복에 특별함을 조금씩 더하던 헬무트 랭의 매력은 아이디어와 디테일이 더해져 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더 그 본연의 매력을 잃게 되었고, 결국에는 설립자인 헬무트 랭 본인마저 떠나며 브랜드는 여럿의 손을 거쳐 지금의 유니클로 그룹에 까지 건네지게 된다.
꼭 닮은 두 브랜드: 피터 도와 헬무트 랭,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는?
지금이야 헬무트 랭이 대중과 그렇게 가까운 브랜드가 아니기에, 이렇게 설명하는 것은 아쉬운 이야기지만 헬무트 랭과 피터 도의 이야기는 꼭 닮아있다.피터 도야 당연하지만 그렇게 연식이 오래된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디테일은 다를 수 있지만, 위로 말씀드린 헬무트 랭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LVMH 프라이즈로 스타덤에 오른 디자이너 피터 도는, 자신의 뮤즈를 일상에 존재하는 도시 여성들이라 말한 만큼 그들에게 적합한 모노톤의 일상복을 선보이며 마찬가지로, 일상에서의 변주로 전위적인 디자인과 실루엣을 더하여 자신들의 디자인을 제시한다.
본질적으로 피터 도와 헬무트 랭의 테마는 같다. 그렇기 때문에 피터 도는 어찌보면 헬무트 랭에 상당히 적합한 디자이너라는 의미가 될수도 있고, 본질적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하자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적합하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과연, 피터 도와 헬무트 랭의 새로운 이야기는 그들의 부진을 씻어내며 뉴욕을 건너 여러분의 옷장까지 닿을 수 있을까?
오는 9월, 뉴욕에서 펼쳐질 헬무트 랭의 24년 봄 컬렉션에서 곧 확인해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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