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9. 10:17ㆍ이슈
23FW 패션위크
파리에서 시작한 패션위크가 런던과 밀라노를 돌아 다시 한번 파리에서 3개월간의 길었던 대정장을 마무리 지었다.
버버리부터 시작해 발렌시아가까지 다양한 이슈가 함께했던 패션위크였던 만큼 설레임으로 다음 겨울을 기다리게 하는 잇템들이 있었던 반면, 옷과 디자인이라는 본질을 넘어 그저 바이럴을 위한 최악의 퍼포먼스로 지탄을 받았던 쇼도 있었다. 어쨌건 길었던 겨울쇼가 끝났으니
미리 트렌드를 확인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패션 위크에서 등장했던 다음 겨울을 위한 트렌드를 미리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
다음 겨울을 기다리게 하는 23FW 트렌드와 패션위크에서 포착된 베스트와 워스트 패션
23FW 트렌드
복고라는 거대한 트렌드와 함께 이어오던 레트로는 드디어 다음 겨울 종착을 맞는 것일까? 데님과 그런지, 카고, 반짝이고 유치했던 메탈릭한 액세서리들이 드디어 사라진 23FW 쇼에서는 그 동안의 트렌드를 전복하려는 듯 포멀하고 클래식한 아이템들이 다수 등장했다.
01 클래식
코로나는 우리의 많은 생활을 바꿔 놓았고,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의복의 변화 또한 당연하게도 수반되었다. 바깥 생활이 제한되는 상황은 우리의 옷장을 입기 쉬운 저지와 맨투맨과 같은 이지웨어로 채워 놓았으며, 이 이지웨어들에 조금씩 디자인의 변용이 이루어지며 등장한 레트로는 지난 몇 년간 우리에게 통 넓은 찢어진 청바지와 카고 팬츠를 입히며 우리를 옥죄었다.
또한, 발렌시아가와 같이 트렌드를 주도하던 브랜드들에게 몇 가지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이에 발렌시아가를 포함한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소위 어그로를 끌기보다는 조금 더 클래식한 착장으로 논란을 피해가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하여, 다음 겨울을 위한 옷장에 클래식이 돌아왔다.
그냥 클래식도 아니고 몇 년간 사장되었던 타이를 포함한 오피스 웨어가 주를 이룬다. 클래식은 발렌티노의 블랙 타이로 부터 시작해, 펜디와 질샌더의 단정하고 기품있는 그레이와 모노톤을 지나 프레피와 같은 가벼운 느낌까지 다양하게 변용되어 등장한다.
여담이지만 아마도 이런 트렌드의 변화는 예고되는 세계적인 불황과 함께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들은 어쨌건 장사꾼이기 때문에 불황에도 가격을 올려야 할 대단한 명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조금 더 손이 많이가는 의상들로 컬렉션을 채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02 유니섹스
사실 이제는 유니섹스라는 말이 의미기 없어질 정도로 의복에 있어 성별의 구분은 희미해 졌지만, 클래식한 오피스 웨어가 주를 이루었던 FW쇼였던 만큼 유니섹스라는 독특한 디자인 코드는 조금 더 도드라져 보인다.
여성복에서는 어깨를 덧댄 자켓과 코트 등의 아우터들이 주를 이루며 남성복의 요소들이 적극적으로 차용된 모습이 생로랑, 프라다와 발렌시아가, 비비안 웨스트 우드 등의 새로운 컬렉션에서 눈에 띄었으며 남성복에서는 스커트부터 아워글래스 자켓, 숄과 드레이프까지 다양한 여성복의 디자인들이 발렌시아가와 구찌, 펜디 등을 통해 변용되었다.
여성에게 남성용 정장을 입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남성에게 바지 대신 스커트를 입히는 것은 정말로 가능한 일일까? 어쩌면 다음 겨울에 당신이 앉은 지하철 옆으로 톰 브라운의 팬시한 펜슬 스커트를 입은 남성이 앉는 광경을 정말로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니 서로를 위해 당황하지 않는 연습을 미리 해두셔야 할지도 모르겠다.
03 미니백 · 버킷백
오버사이즈의 보부상 백이 트렌드라고 여기저기서 떠들어 댄지 언 1년... 과연 보부상 백의 트렌드는 왔을까?
아쉽지만 다음 겨울에는 오지 않는다. 나노부터 미니 사이즈의 클러치에 체인을 덧댄 숄더백부터, 시대를 가리지 않고 여성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몰 사이즈의 호보백이 루이비통부터 발렌티노, 구찌, 프라다, 미우미우 등을 통해 여전히 백 트렌드를 주름잡고 있다.
주목할 점이 있다면 에르메스, 로에베, 보테가 베네타 등에서 미니 사이즈의 버킷백이 다수 등장했다는 것. 만약 버킷백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어쩌면 지금부터 겨울까지 아주 요긴하게 들고 다니실 수 있겠다!
베스트 아이템
다음 겨울을 위한 잇템은 무엇이 있었을까? 오는 여름부터 준비하시지 않으면 품절되어 찾지도 못할 몇 가지 아이템을 귀뜸 드린다!
01 보테가 베네타 삭스 부츠
이번 겨울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받은 아이템이 있다면? 본인은 단연 보테가 베네타의 요 새로운 부츠를 꼽을 것이다!
베트멍과 발렌시아가로 부터 시작되었던 스피드러너 붐이 마구마구 타오르다가 꺾인 지 벌써 5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 보테가 베네타에서 나온 이 삭스 부츠는, 단순히 보면 니트로 엮은 양말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무려 보테가 베네타의 기술력이 집약된 얇~~은 가죽으로 엮어 만든 무려 가죽 부츠라고 한다!
이태리가 벌벌떨고 프랑스가 매달리며 런던이 무릎 끓고 빌게 만든 이 테크니컬한 가죽 부츠는 보테가 베네타의 디자이너 마티유 블라지의 인터뷰를 통해 그 정체가 밝혀지며, 이미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제품으로, 만약 여러분이 다음 겨울을 위한 아주 팬시하고 아주 고급스럽고 아주 멋지고 관리하기 어려운 부츠를 찾으신다면? 가장 먼저 담아두시지 않으면 품절될 아이템 1순위 되시겠다!
02 질샌더 바이커 자켓
슈프림과 루이비통의 디자이너였던 마이어 부부의 질샌더는 올해로 5주년을 맞아 색다른 모습으로 준비되었다.
퍼스트 룩은 그 동안 정제된 의상들만을 선보였던 질샌더에서 다소 파격적인 (물론 다른 브랜드였다면 파격이 아니었겠지만) 디자인의 바이커가 등장했다. 검은색의 가죽 몸체에 하얀색 가죽 슬리브를 더한 재킷은 크롭한 기장과 버튼 여밈 부분을 따라 내려오는 질샌더의 로고로 마무리되어 검은색과 흰색/ 파란색과 검정 두 가지 컬러 웨이로 등장했다. 그 동안 마이어씨의 개인 레이블인 OAMC를 통해 차용되었던 유틸리티 웨어의 디자인들이 컬렉션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고, 부부는 설립자인 질샌더 여사의 그늘을 넘어 새로운 자신들만의 질샌더를 그려낸 새로운 컬렉션에서 대담하지만 질샌더만의 고유한 헤리티지를 따르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크롭한 바이커 자켓은 미우미우를 통해 여성복에서도 크게 영향을 미치며 여러 브랜드의 컬렉션에서 등장하며 트렌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지만, 디자인 자체의 캐릭터가 워낙 강하다 보니 망설임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바시티 자켓에서 온 편안한 디자인과 질샌더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로고가 음각으로 전면에 배치되어 반짝인다는 점에서 요 제품 또한 많은 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기 때문에, 만약 다음 겨울을 위한 편안한 가죽 자켓을 준비하신다면? 질샌더를 눈여겨 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되시겠다!
03 구찌 트렌치 코트
가을을 위한 단 하나의 아이템, 트렌치 코트가 구찌의 런웨이에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트렌치 코트 자체가 어떤 대단한 디자인적인 요소가 있다기 보단, 자연스럽게 흘러 내리는 와이드한 데님과 편안한 셔츠와 코트, 시니컬하게 걸친 블랙 백의 조화 와 모델 언니의 미모 가 전반적으로 잘어우러진 것이 인기의 복합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건!
톰 포드의 섹시함과 미켈레의 레트로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는 길을 잃은 구찌 팀이 아 모르겠다~~하고 둘다 버무려 만든듯한 트렌치 코트는 레트로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1980년대에도, 2023년에도, 만약 2083년에 다시 등장한다고 해도 이질감이 없을 법한 디자인으로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구찌라는 럭셔리 브랜드와 가장 잘어울리는 제품이 아닐까 싶다!
가격을 대략적으로 400만원이라고 가정하고, 앞으로 우리가 100년을 더 산다고 가정했을 때 1200개월 동안의 할부 가격은 대략적으로 3333원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 정도면 합리적인 투자가 아닐까?! 미친놈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찌의 멋진 코트 소개드리며, 베스트 아이템을 마치도록 하겠다!
최악의 바이럴 모먼츠
이들이 코트 한 벌에 400만원이나 받아먹는 명품이라는 라벨로 자신들을 치장하고 있기는 하나,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는 천박한 장사꾼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 이 때문에, 패션쇼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법한 웃기거나, 혹은 전혀 웃기지도 않은 그저 관심을 위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퍼포먼스나 디자인이 등장하여 논란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패션쇼에서, 우리의 미간에 주름을 잡게 했던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드린다!
01 버버리의 물병 홀더
보테가 베네타를 되살리고 쫓겨난 비극적인 천재 디자이너 다니엘 리가 마찬가지로 200년간의 역사와 함께 침몰하던 버버리의 만남은 만남 자체부터 이슈가 되어 이번 FW쇼에서 가장 주목받는 세션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비극과 비극의 만남은 결코 아름다운 결말을 바랄 수 없었던 것일까?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부위를 다양하게 까였던 다니엘 리의 첫 버버리 컬렉션에서 가장 돋보였던 많이 까였던 아이템은 단연 보틀 홀더였다.
이 니트로 만들어진 무해한 거적대기가 무슨 죄가 있겠냐만은, 그 순수한 만큼이나 쓸 모도 없어 보이는 무용성으로 저기에 스타벅스 텀블러를 넣고 다니신다고 상상 해보시면된다. 많은 관객과 네티즌들은 탄식 경악 하게 만들며, 다니엘 리의 버버리 첫 컬렉션을 망친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물론 사이즈나 디자인만 봐도 아시겠지만, 단순히 정말로 물병 홀더로 쓰기 위해 만들었을 것 같지는 않고 핸드백을 물병 모양으로 변용해서 유머러스하게 만든 것이라 생각되지만, 새로운 버버리에게 보테가 베네타와 같은 고급스러움과 진지함을 기대했던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며, 그의 아재 개그는 안타깝게도 청중의 싸한 반응과 함께 실패로 끝나 버리고 말았다.
02 코페르니의 로봇 퍼포먼스
지난 봄을 위한 패션위크에서 가장 많은 찬사 (정말?)와 주목을 받았던 코페르니는 이번 파리패션위크에서도 퍼포먼스를 준비하였다. 실상은 벨라 하디드의 누드쇼에 불과했지만 그것을 '기술'과 '진보'로 포장하며, 많은 청중들 앞에 헐벗은 벨라 하디드를 내놓으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으... 그들은 이번 패션쇼에서도 여성 모델에게 자신들의 디자인한 옷을 입히는 게 아니라, 벗겼다. 하지만 그 파트너 또한 범상치 않았으니...
이번에는 로봇개가 등장한 코페르니의 퍼포먼스에서, 모델과 함께 등장한 로봇개는 모델분과 함께 몇 가지 개인적으로 불쾌했던 몇 가지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피날레에서는 로봇개가 보시다시피 모델분이 걸치고 있던 숄을 벗겨내며 마무리되었다.
물론 안에 원피스를 입고 계시긴 했지만, 나는 이들의 퍼포먼스에 뷰잉과 바이럴 이 외에 정말 어떠한 함의가 있는지 묻고 싶다. 물론 이들에겐 준비된 대답이 있을 것이다. 기술과 인간, 기계와 인간의 조화, 새로운 시대 블라블라 명분은 충분하겠지. 근데 왜 자꾸 벗기냐고?
1999년에 펼쳐진 이들을 포함한 대다수의 브랜드가 모티브로 삼고 있는 알렉산더 맥퀸의 쇼가 아직도 회자가 되는 것은 그들이 예술과 상업 브랜드 사이를 연결하는 어떠한 지점에 대한 그들만의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이지, 당연하게도 모델을 벗겼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이 예술이란 이름으로 계속해서 천박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건 물론 다른 분들의 시각에서 어떨진 몰라도, 내가 볼땐 잘못됐다. 이건 기술도, 예술도 하물며 패션도 아닌 단지 상업적인 바이럴을 위한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게이라고해서 여성을 벗기는 게 정당화되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된다.
아무튼 이제는 충분한 관심을 받았을테니, 이제는 스와이프백을 만들어 메가 히트를 쳤던 코페르니로 돌아가 바이럴에 의존하지 않고 디자인만으로 주목받는 브랜드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많이 많이 많이 아쉽다.
23FW 풀 컬렉션 확인하기: 태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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