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30. 14:58ㆍ이슈
바람 잘 날 없는 패션계의 사건사고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하는 패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결국 누군가는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번 주인공은 파리 패션위크의 발렌티노 Valentino 와 스키아파렐리 Schiaparelli 였다.
파리 패션위크, 오뜨 꾸뛰르에서 벌어진 발렌티노와 스키아파렐리의 논란
발렌티노, 하이힐은 아름다움의 상징일까 여성 억압의 증표일까
지난 26일, 파리에서는 발렌티노의 다음 봄과 여름을 위한 오뜨 꾸뛰르쇼가 열렸다. 2022년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며 최고의 주가로 달리고 있는 발렌티노였던만큼, 방탄소년단 등의 탑 셀러브리티들이 대거 참석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발렌티노의 쇼는 런웨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고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된다.
모든 사건사고가 그렇듯 일은 예기치 않게 벌어졌다. 댄스 플로워를 무대로 펼쳐진 발렌티노의 쇼에서 런웨이를 걷던 탑모델 크리스틴 맥메나미 Kristen McMenamy 는 한 순간 발목이 꺾이며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가 발목을 잡고 주저앉은 모습에 관객들은 당황했고, 일부는 그녀를 어시스트하기 위해 다가갔으나 비척이며 일어난 그녀는 하이힐을 벗어던져 양손에 들곤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런웨이를 마쳐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게된다.
그녀의 당당한 모습과 재빠른 대처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나, 이를 지켜본 이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으니, 이미 여러차례 런웨이에서 높은 하이힐로 여성 모델들을 쓰러뜨린 발렌티노에 대한 비판 또한 다시금 일고있다.
여성복과 액세서리에 의해 주도되는 패션의 특성상 패션은 언제나 가장 진보적인 산업이자 집단으로 이들은 언제나 성역할에 대한 관념을 부수며 사회를 혁신하는 것에 헌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그들도 양보를 하지 못한 것이 바로 하이힐이었다. 이 21세기의 새로운 고문기구는 루부탱과 디올의 박스로 포장되어 아름다움의 전유물이 되어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그렇듯 그 내면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는데, 점점 더 높아지는 굽에 비해 안정성은 경외시되는 디자인 속에서도 드레스 코드를 요구하는 일부 시상식부터, 심지어 직장과 사회에서까지 여성에게 하이힐을 강요하며 이미 큰 문제가 된 바 있다.
발렌티노는 자신이 가장 아름다워야 할 쇼에서 모델이 런웨이를 걷다 우스꽝스럽게 쓰러지길 의도하여 이렇게 높은 힐을 만들진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공예품을 가장 아름다운 모델을 통해, 그리고 그들의 가장 이상적인 비율로써 보여주기 위해 굳이 이런 위험할수도 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발렌티노의 아름다움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그 아름답고 값비싼 (수 차례의)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겠으나 (물론 이는 쌍방 동의하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발렌티노의 디자이너이자 2022년의 올해의 디자이너였던 피엘파울로 피춀리가 수상소감에 말했듯 그들이 자신들의 제품으로 사회에 어떠한 메시지를 주고자 한다면, 이제는 외면은 충분히 가꿨으니 내면에도 조금 더 신경을 쓰셔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올해의 디자이너, 발렌티노의 피엘파울로 피춀리
스키아파렐리의 동물학대?
2022년의 오뜨 꾸뛰르의 주인공이 발렌시아가였다면, 올해의 오뜨 꾸뛰르의 주인공은 화려하게 부활한 스키아파렐리였다. 도자캣, 카일리 제너, 나오미 캠벨까지 내로라하는 모든 값비싼 모델과 셀러브리티들을 총 동원하여 관심을 모은 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을 브랜드는 사실 복식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근현대 패션에서 코코 샤넬과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스키아파렐리. 하지만 전쟁 직후 여성의 사회활동이 촉진되며 여성을 위한 바지와 수트와 같은 웨어러블한 의상들을 만들었던 샤넬에 비해, 전위적인 의상들을 제작했던 스키아파렐리의 제품은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였고, 그렇게 그녀의 브랜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스키아파렐리는 그녀의 제자였던 지방시의 위베르드 지방시부터 꼼데가르송의 가와쿠보 마르지엘라와 같은 현대 디자이너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던 만큼 그녀를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았으니, 마침내 이태리의 한 부호로 인해 부활하게 된 브랜드는 등장부터 연일 파격을 갱신하며 레이다가가부터 벨라 하디드, 테일러 러셀, 도자캣까지 여러 셀러브리티들의 사랑을 받으며 다시금 그 명성을 되찾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혁신과 논란은 한 끗차이였으니, 한치의 오차가 없는 오뜨 꾸뛰르의 아름다움으로 빚은 드레스에 올린 사자 대가리는 스키아파렐리를 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하였다.
스키아파렐리의 새로운 봄과 여름을 위한 꾸뛰르 쇼에는 드레스에 사자와 맹수들의 대가리가 올라간 기괴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애초에 아방가르드 패션을 지향했던 디자이너였던만큼, 그녀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 있다면 이러한 장면이 썩 놀랍지는 않을 수 있겠으나, 발렌티노에서 먼저 말씀드렸듯이 언제나 진보적이어야 하는 패션 산업안에서 동물학대로 모피마저 외면받는 지금의 시대에 심하게 동떨어진 헌팅 트로피 (가끔 공포영화에서 보는 사슴이나 동물이 박제된 머리) 장식이 걸리는 것은 당연히도 문제가 되었다.
상황이 뜨거워지자 스키아파렐리와 디자이너인 다니엘 로즈베리는 즉각 해명의 글을 올렸고, 그는 이는 헌팅 트로피 (동물의 박제 장식물)가 아닌, 단테의 신곡에서 영향을 받은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논란이 그렇듯, 스키아파렐리의 이번 논란 또한 찬반의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스키아파렐리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인조 모피로 실사와 같은 (그들은 인조모피를 통해 이번 컬렉션을 구성했다.) 수준의 모피를 제작하는 그들의 진보된 기술과 단테의 오래된 작품을 환상적으로 구현했다는 평이 있는 반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동물학대에 더해, 밀렵이 금기되는 지금에도 이러한 오브제를 공공연하게 노출하는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아이폰에 렌즈를 하나 덧 붙이는것이 혁신이 되듯, 새로움과 혁신이라는 것은 사실 한끗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10월에 펼쳐졌던 파리 패션위크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세션은 단연 코페르니였다. 코페르니는 나체의 벨라 하디드를 런웨이에 서게 했고, 십 분여동안 스프레이를 뿌리며 즉석으로 만든 의상을 입고 런웨이를 걸어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스키아파렐리와 마찬가지이다. 자극적이고 천박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했으나, 코페르니는 테크라는 저항할 수 없는 키워드를 앞세웠던 반면, 스키아파렐리의 변명은 700년 전의 소설을 끌어왔듯 말 그대로 진부했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을 스키아파렐리의 아방가르드는 시작도 맺기전에 끝나버리는 것일까? 백 년된 디자이너의 이름을 새겼다고 해서, 감수성마저 백년전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을텐데 스키아파렐리의 다소 섬세하지 않았던 이번 쇼는 사람들의 관심은 분명 받았겠으나, 글쎄 그것이 좋은 관심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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